무너미
2017. 9. 21. 11:30
[가슴으로 읽는 동시] 투덜이
투덜이
가방 속에 우산을 넣었더니
가방은 비좁다고 투덜투덜 귀찮다고 투덜투덜 무겁다고 투덜투덜
저녁에 소나기가 쏟아지니 우산이 말했어
"가방아, 이리 들어와."
―김금래(1954~ ) 앙증맞은 동화 한 편이다. 가방과 우산이 주인공인. 우리의 친구 사이를 닮았다. 친구끼리는 더러 탓하고 불평하며 톡탁거리지만 곧 화해한다. 가방과 우산처럼. 비가 올지도 몰라 가방에 우산을 넣었다. 아이 비좁아, 아이 귀찮아, 아이 무거워. 투덜투덜, 가방의 불만이 잔뜩 부풀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우산이 얼른 뛰어나와 몸 활짝 열고 "가방아, 들어와." 손잡아 끌었다. 가방은 아마 민망하고 부끄러웠을 게다. 우리는 이럴 때가 없었을까. 왜 없었겠어.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걸 봐. 불만, 불평이 돋으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참으며 살아야지 뭘 어째. 나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투덜대지 말고 살아 응'.
박두순 동시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