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7. 11. 2. 11:30


[가슴으로 읽는 동시] 착한 세상




착한 세상

 

착한 오리 착한 빵 착한 낙지

착한 양파 착한 설탕 착한 꽃배달

착한 말 착한 아들 착한 영어 착한 과외

착한 기름 착한 강아지 착한 커피 더 착한 음료

 

정말요?

 

유은경(1969~ )

 

시가 착한 것으로 꽉 차 있다. 14 가지나! 정말 착한 세상이네. 이러면 살맛 나겠다, 신나겠다. 그런데 '정말요?' 물음에 맞닥뜨리니 어리둥절해진다. 자신 없다. , 그러고 보니 거짓 착한 것들을 비꼬려고 내다 걸었구나. 세상이 착한 것만은 아니구나. 거리에 '착한' 것을 판다는 가게는 많은데, 정말 착한 건 아니라는 거다. 착하지 않은 가게가 이름만 착하다고 포장해 물건을 판다는 이야기이다. 가짜 착한 것들이 빨래처럼 펄럭인다. 요즘은 진짜를 찾는 게 바보라는 말도 떠돈다. 그러면 안 돼, 그러지 말고 '착한 세상' 만들자, 이런 뜻이 시 속에서 얼굴을 내민다. '착한 세상' 말만 들어도 몸이 훈훈해 온다. 시인은 어린이들이 정말로 착한 세상에서 살기를 꿈꾼다. 한 해가 슬슬 저물어가는 때에.


박두순 동시작가

출처 : http://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