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미 2017. 12. 1. 11:03


[가슴으로 읽는 동시] 고슴도치




고슴도치

 

선생님, 저는 가시 때문에

풍선 불기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엉덩이로 풍선 터트리기는 니가 최고잖아

그러면 됐어.

 

박성우(1971~ )

 

하하하. 재미있어 막 웃다가 웃음을 딱 멈췄다. 이건 웃을 일이 아니다. 단순한 고슴도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 맞아. 무능해 전혀 재주 없어 보이는 사람도 뜯어보면 한 가지 재주는 있기 마련이지. 누구에게나 하나의 재능이 있음을 비유한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다'는 속담도 있잖아.

'가시 때문에 풍선 불기는 도저히 안 되'지만, '엉덩이로 풍선 터뜨리기는 최고'인 고슴도치를 봐. 스스로를 비하하지 말고 숨어 있는 소질을 찾아내어 살려나가는 게 중요해. 그런 무언의 메시지를 고슴도치 생태에 기막히게 접목, 유머러스하게 던진다. 또 하나의 훈계 같은 것도 솟아 돌진해 온다. '어린이 재능을 잘 파악해 키워주어라.' 교사와 부모가 새겨 읽을 시이다.

 

박두순 동시작가

출처 : http://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