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인의 편지★
사랑하는 나의 아들딸들 그리고 나를 돌보아주는 친절한 친구들이시여 나를 마다 않고 살펴주는 정성 나는 늘 고맙게 생각해요
허지만 그대들이 나를 자꾸만 치매노인 취급하며 하나부터 열가지 세세하게 교육시키려 할 적마다 마음 한구석에선 꼭 그런 것은 아닌데...... 그냥 조금 기억력이 떨어지고 정신이 없어진 것뿐인데...... 하고 속으로 중얼거려본다오. 제발 사람들 많은 자리에서 나를 갓난아기 취금하는 언행은 좀 안 했으면 합니다.
아직은 귀가 밝아 다 듣고 있는데 공적으로 망신을 줄 적엔 정말 울고 싶답니다 그리고 물론 악의 없는 질문임을 나도 알지만 생에 대한 집착이 있는지 없는지 은근슬쩍 떠보는 듯한 그런 질문은 삼가주면 좋겠구려 어려운 시험을 당하는 것 같아 내 맘이 편칠 않으니......
어차피 때가 되면 생을 마감하고 떠나갈 나에게 떠날 준비는 되어 있느냐 아직도 살고 싶으냐 빙빙 돌려 물어본다면 내가 무어라고 답을 하면 좋을지?
더 살고 싶다고 하면 욕심 많은 늙은이라 할 테고 어서 죽고 싶다면 우울하고 궁상맞은 푸념쟁이라 할테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나의 숨은 비애를 살짝 감추고 사는 지혜가 아직은 턱없이 부족하여 내가 가끔은 그대들이 원치 않는 이기적인 추한 모습 생에 집착하는 모습 보일지라도 아주 조금만 용서를 받고 싶은 마음이지요
하늘이 준 복과 수를 다 누리라 축원하고 오래 살라 덕담하면 좋다고 고맙다고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나도 이미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 가능하면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평온한 죽음을 맞게 해달라. 간절히 기도하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오늘은 내 입으로 꼭 한 번 말하고 싶었다오
그러니 부디 지상에서의 나의 떠남을 너무 재촉하지는 말고 좀 더 기다려달라 부탁하고 싶답니다 나를 짐이 아닌 축복으로 여겨달란 말은 않을테니 시간 속의 섭리에 맡겨두고 조금 더 인내해달라 부탁하고 싶답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빚진 사랑의 의무를 실천하는 뜻으로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말입니다 오늘은 이렇게 어설픈 편지라도 쓸 스 있으니 쓸쓸한 중에도 행복하네요 어쨌든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나의 처지에 오늘도 미안한 마음 감출 수가 없지만 아직은 이렇게 살아 있음이 그래도 행복해서 가만히 혼자 웃어봅니다 이 웃음을 또 치매라고 하진 않을까 걱정되지만 그래도 웃어봅니다
- 옮겨온 글-
이름은 남지 않더라도,, 가는 길 뒤 편에서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나 없도록.. 허망한 욕심 모두 버리고..
배풀고, 비우고, 양보하고, 덕을 쌓으며... 그저,, 고요하게 살다가 조용히 떠나세나... 인생 사는게 허망하고 다 그런거지 왜 욕심을 부리는 걸까 갈때는 다 빈 손으로 가는것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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