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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대가 남긴 발자국이...

무너미 2009. 10. 21. 07:39

 오늘 그대가 남긴 발자국이...

踏 雪 野 中 去

不 須 胡 亂 行

今 日 我 行 蹟

遂 作 後 人 程

 

눈덮힌 광야를 가는 이여,

아무쪼록 어지럽게 걷지마라.

오늘 그대가 남긴 발자국이,

뒤따라오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의 시비에 있는 글 입니다.

서산대사께서는 선조25년(1592),

임진왜란 당시에 승병이셨습니다.

 

이 글은 국난의 어려움이 있을 때 가슴속 깊이

간직했던 서산대사의 말씀으로서

이를 백범 김구 선생님께서는 평소 좌우명으로

활용하셨다는 유명한 글입니다.

 

이 보게 친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밷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밷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에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께서 85세의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 같은 시를 읊고 나시고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 하셨다고 합니다.

 

-좋은 글 모셔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