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인연/옛날 시 시조

한의여인 李 玉峯(이옥봉) 한시

무너미 2009. 11. 25. 05:21

別恨(별한: 이별의 슬픔)

 

明宵雖短短(명소수단단) 님 떠난 내일 밤이야 비록 짧고 짧아지더라도

今夜願長長(금야원장장) 님과 함께 하는 오늘 밤만은 길고 길지어다.

鷄聲聽欲曉(계성청욕효) 닭소리 들리고 날이 밝아오니

雙臉淚千行(쌍검루천행) 두 뺨엔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는구나.

 

※ 참고

1. 지은이는 조선시대 소실 이옥봉

2. 明宵(명소)는 밝을 명, 날 샐 명, 밤 소 이므로 내일 밤.

3. 雖短短(수단단)은 비록 수, 짧을 단 이므로 비록 짧고 짧다 해도.

4. 今夜(금야)는 이제 금, 오늘 금, 밤 야 이므로 오늘 밤.

5. 願長長(원장장)은 바랄 원, 길 장 이므로 바라건데 길고 길어라.

6. 鷄聲聽(계성청)은 닭 계, 소리 성, 들을 청 닭우는 소리를 듣다.

7. 欲曉(욕효)는 하고자 할 욕, 새벽 효 이므로 새벽이 되려고 한다.

8. 雙臉(쌍검)은 쌍 쌍, 뺨 검 이므로 양쪽 뺨.

9. 淚千行(루천행)은 눈물 루, 일천 천, 많을 천, 다닐 행, 흐를 행 이므로

하염없이 눈물이 흐름

10. 님과의 이별 前夜(전야)를 읊은 한시이다.

 

閨情(규정-규방여자의 심정)

 

有約來何晩(유약래하만) 약속을 하고도 왜 이리 늦게 안오시나

庭梅欲謝時(정매욕사시) 뜨락의 매화도 시들려고 하는데

忽聞枝上鵲(홀문지상작) 문득 나뭇가지 위의 까치소리 듣고서

虛畵鏡中眉(허화경중미) 부질없이 거울보며 눈썹을 그리오.

     

 몽혼(夢魂-꿈속의 나의 넋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근래에 안부가 어떤지 묻노라니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달빛비친 사창에 첩의 한탄 많기도 하여라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꿈속의 내 넋이 아마 발자취 있었더라면

門前石逕已成砂(문전석경이성사) 문앞의 돌길이 하마 닳고닳아 모래밭 되었으리

 

이옥봉 이야기

 

조선 인조 때 승지 조희일이 명나라 사신으로 가 그곳 원로

대신과 만났다. "조원을 아느냐?" 부친이라하니, 원로대신

이 <이옥봉 시집>을 꺼내니 조희일은 깜짝 놀랐다. 이옥봉

은 아버지 조원의 소실로 생사를 모른 지 40여년. 옥봉의

시집이 왜 명나라에 있는지, 대신의 얘기는 이러했다.

 

40년 전쯤 중국 동해안에 괴이한 시체가 너무 흉측하게

파도에 떠도는 것을 건져보니 온 몸을 종이로 수백겹 감고

노끈으로 묶은 여자 시체. 풀어보니 바깥 종이는 백지였고

안쪽 종이에 빽빽이 시가 적혔는데 "해동 조선국 승지 조원

의 첩 이옥봉"이라 씌어 있었다.모두 빼어난 작품이라 책을

만들었다 했다.온몸을 시로 감고 죽은 여인 이옥봉. 조선

명종 때 충청도 왕족 이봉지의 서녀. 유년부터 시문에 뛰어

났으나 천민이라 결혼의 꿈을 접고 상경, 장안의 명사들과

함께 단종 복위운동에 뛰어들었고,유명인사가 되었다.

 

옥봉은 첩살이가 싫어 결혼을 거부했지만 선비 조원을 사랑

하여 첩이 되겠다고 했다. 조 원은 옥봉을 받아들이는 대신

여염 여인이 시를 짓는 건 지아비를 욕되게 하는 것으로 시

를 짓지 않겠다고 맹세하라기에 지아비의 뜻에 따랐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조원 집안의 산지기 아내가 하소연했다.

남편이 소도둑 누명으로 잡혀갔으니 조원과 두터운 파주

목사께 손 좀 써달라했다. 아전들의 토색질이 분명하여 파주

목사에게 시를 써 보냈고, 산지기는 풀려났으나 조원은

"약속 지키지 않는 여자와 살 수 없다"며 내쳤다. 뚝섬 근처

방을 얻어 지내며 조원의 마음을 돌리려 애썼으나 허사였다.

조원과의 약속을 지키느라 10년 가까이 시혼을 억눌러 오다

산지기를 위해 한 수 지어준 일로 쫓겨나다니. 옥봉은 야속

하고 애통한 마음을 담아 시를 읊고 또 읊었다.

                      x-text/html; charset=iso-8859-1" autostart="1" loop="-1" volume="0" x-x-allowscriptaccess="never" invokeurls="fal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