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

[가슴으로 읽는 동시] 수레

무너미 2012. 9. 15. 06:27

 

 

[가슴으로 읽는 동시] 수레

 

수레

 

탈그락 탈

탈그락 탈

 

이른 새벽에

골목길 돌멩이 길

수레가 간다.

 

선잠 깬 아이들이

이불 속에서

빙그레 웃어 보곤

눈을 감는다.

 

탈그락 탈

탈그락 탈

 

꿈속의 아이들이

수레 뒤에

몰래 몰래 실려서 간다.

 

                                    -이상현(1940 ~      )

 

 

수레를 타고 흔들리며 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른다. 달구지라고 부르던 소나 말이 끄는 수레는 곡식 가마니나 볏단을 실어 날랐다. 더러는 짐을 싣고 장에 가기도 했다. 학교가 끝나 집에 갈 때 수레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우리가 태워 달라고 조르면 군말 없이 태워 주었다. 몰래 뒤에 올라타도 그저 한번 힐끗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수레를 타고 탈그락 탈탈 돌맹이 길을 가면 엉덩이가 들썩 거리면서 마치 황금 수레라도 탄 듯 기분이 좋았다.

 

이 동시를 읽으면 이른 새벽 수레 소리에 선잠을 깨어 이불 속에서 빙그레 웃어보곤 다시 눈을 감는 아이의 귀여운 모습이 떠오른다. 수레 뒤에 몰래 몰래 실려 가는 꿈을 꾸며 포근히 잠을 자는 아이의 행복한 모습도 떠오른다. 가을이면 비록 덜그럭 거리는 돌맹이 길이 지만 코스모스 한들거리는 길은 엉덩이 들썩거리며 수레를 타고 가던 동심의 추억이 새롭다. (조선일보 9월 15일)

이준관·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