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은영세탁소
은영세탁소
아이들은 나를 ‘은영세탁소’라 부른다.
이젠 괜찮지만 그래 괜찮지만
내 이름을 간판에 걸고 일해 오신 아버지처럼
나도 정말 남들을 깨끗하게 빨아주고
남들의 구겨진 곳 곧게 펴 주고 싶다.
아버지의 주름살을 제일 먼저 펴 드리고 싶다.
-남호섭(1962~ )
조그만 세탁소지만 사랑하는 아이의 이름을 따서 간판을 달았을 때 아버지는 얼마나 기뻤을까. 간판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았을 것이다. 비록 큰 가게 간판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이제 한 가정을 먹여 살릴 가게를 냈으니 얼마나 가슴이 뜨거웠을까.
그러나 정작 아이는 철없는 친구들이 '은영세탁소'라고 놀렸을 때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괜찮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해 오신 아버지처럼 남들의 마음을 깨끗이 빨아주고 어려운 곳도 펴 주고 싶다. 아버지의 주름살도 펴 드리고 싶다. 아이의 이름을 걸고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려는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는 아이의 모습이 세탁소처럼 훈훈하다. 이준관·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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