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한시

村望(촌망) 마을을 바라보고

무너미 2013. 2. 2. 06:12

 

 

[가슴으로 읽는 한시]    村望(촌망) 마을을 바라보고

 

村望(촌망)   마을을 바라보고

 

村住靑山下(촌주청산하)    청산 아래 마을이 터를 잡고서

園林綠水邊(원림녹수변)    맑은 시내 주변으로 동산이 있네.

家家鳴夕杼(가가명석저)    집집마다 저물 무렵 베틀 돌리고

處處起炊煙(처처기취연)    곳곳에서 밥 연기가 피어오르네,

官租輸餘幾(관조수여기)    세금 내니 남은 것은 얼마 안 되나

陶盆樂自然(도분락자연)    질항아리 두드리며 자연 즐기네,

何知兵火地(하지병화지)    전쟁이 휩쓸고 간 이 땅 위에서

重見太平天(중견태평천)    태평 세상 다시 볼 줄 어찌 알았으리?

 

                                  - 정온(鄭蘊 ․ 1569~1641)

 

 

선조와 광해군 시대를 살다 간 동계(東溪) 정온의 시다. 시인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강직한 신념과 불굴의 지조로 국난에 대처하여 존경을 받았다. 참혹한 임진왜란이 지나간 뒤 영남과 한양을 오가던 중 시인은 어떤 마을 풍경에 시선이 갔다. 집집마다 베틀이 돌아가고, 밥 짓는 연기가 지붕으로 올라온다. 없는 살림이지만 질항아리를 두드리며 장단 맞춰 노래도 한다. 전쟁 통에 잃었던 일상이 다시 시작되는 모습이다. 병화(兵火)가 아무리 큰 상흔을 남겼어도 인간의 삶은 계속된다는 것이 그에게 안도감이랄까 놀라움이랄까를 주었나 보다. 일상은 그것이 깨진 뒤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오늘의 좋은 글

소중하게 생각하던 물건을 어디에 둔지 모르고

혹시 누가 와서 가져가지 않았나,

혹은 방문객이 슬쩍하지는 않았나 의심을 하다가

얼마 후에 우연히 찾게 된 경험을 한 번 쯤 해봤을 것이다.

자신의 부주의로 남을 도둑으로,

선량한 상대를 파렴치범으로 단정한 것에 대하여

미안함과 반성으로 자신의 윤리관을 꾸짖어 본 일이 있는가?

 

임현재의 ‘사랑의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