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偶題(우제) 혼자 깨어 있다
偶題(우제) 혼자 깨어 있다
性本不愛酒(성본불애주) 술을 좋아하는 성미는 아니어도 猶貯酒一甁(유저주일병) 술 한 병은 그래도 지니고 사네. 多恐悠悠者(다공유유자) 겁이 나서지. 할 일 없는 이들이 將我號獨醒(장아호독성) 나 홀로 깨어 있다 말을 할까 봐. 蕭瑟梅樹下(소슬매수하) 쓸쓸한 매화나무 아래에 앉아 朗讀離騷經(낭독이소경) ‘이소경*’을 낭랑하게 읊어보네. 世無獨醒者(세무독성자) 홀로 깨어 있는 자 없는 세상이기에 要使梅花聽(요사매화청) 매화에게 들려주는 길밖에 없네.
*이소경: 전국시대 중국의 굴원(屈原)이 지은 시
―이정주(李廷柱)
19세기의 '여항(閭巷) 시인(양반이 아닌 문인)' 몽관(夢觀) 이정주(李廷柱)가 지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려면 못 마시는 술일망정 장만해두고 그들과 섞여야 한다. 혼자만 깨어 있고, 혼자만 잘나면 남들이 뒷말하고 손가락질하는 것이 세상이다.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남들과 마음을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깊은 속은 차라리 홀로 서 있는 매화와 나누는 것이 편하리라. 저 고고한 매화만은 나를 이해해 줄 것만 같다. 그것이 홀로 깨어 있어 외로운 사람이 살아가는 법이다.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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