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팥죽할멈
팥죽할멈
팥죽할멈은 옥수수를 좋아해 오막살이 텃밭에 옥수수를 심었지. 줄줄이 총총 박힌 찰옥수수 심었지.
앞니뿐인 입 앙다물고 누가 불러도 대꾸조차 않았지.
이를 악물고 심어야 줄줄이 총총 박힌다고 다 심을 때까지 한눈 한번 안 팔았지.
―이문구(1942~2003)
▲이철원
소설 '관촌수필'로 유명한 이문구 소설가가 쓴 동시이다. 그는 말년에 소설 대신에 동시를 많이 썼다. 그는 즐거운 마음으로 아들과 딸을 키우면서 보고 겪은 일들과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동시를 썼다. 그가 써서 남긴 많은 동시들은 아이들을 위한 애틋한 마음의 선물로 남아 지금도 아이들에게 즐겨 읽히고 있다.
팥죽 할멈은 평생 농사일만 하다 호미처럼 허리도 굽고 손등도 갈라졌다. 이빨도 빠지고 볼도 푹 꺼진 합죽한 할멈이지만 자신의 일은 최선을 다한다. 누가 불러도 대꾸도 하지 않고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옥수수를 심는 팥죽 할멈의 모습이 흐뭇하다. 고통도 슬픔도 이를 악물고 견디며 살아온 할멈, 팥죽 같은 땀을 흘리며 땅을 일구고 살아온 할멈, 그 할멈이 있어 이 땅은 더욱 풍요로워졌을 터이다.
이준관 | 아동문학가
|
'詩, 詩調. 童詩, 漢詩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지째 받은 사과 (0) | 2013.12.20 |
---|---|
발자국 가족 (0) | 2013.12.09 |
씨앗 한 알 뿌려 놓고 (0) | 2013.11.30 |
게가 아이를 (0) | 2013.11.18 |
별을 보며 (0) | 2013.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