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원 |
가슴으로 읽는 시 산일(山日) 2
산일(山日) 2
해장사 해장스님께 산일 안부를 물었더니 어제는 서별당 연못에 들오리가 놀다 가고 오늘은 산수유 그림자만 잠겨 있다, 하십니다.
-조오현(1932~ )
어제 흥천사 삼각선원에 가서 조오현 스님을 뵈었더니 "이제 누굴 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다"라는 법문을 주셨다. 그 흰빛 같은, 반석보다 중중(重重)한 말씀을 집에 모셔와 새벽에 내려놓고 홀로 가만히 본다. 보니 그 말씀에 증애와 간택이 없다. 말씀이 물 괸 적정(寂靜)한 연못이다.
속인과 산승(山僧)의 하루를 시간으로 계량하면 다르지 않을 것이나 그 하루의 마음 씀씀이는 왜 딴판으로 다른가. 산승의 산일(山日)은 무착(無着)이요, 무집(無執)이니 무심(無心)의 연못일 터. 신년에 이 '서별당'연못을 하나 얻는다면 공부에 큰 진전을 이뤘다 할 것이다.
전심하는 이여. 오늘은 운판(雲版)이나 한 번 쳐볼 일이다. 문태준 |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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