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시조

윷놀이

무너미 2014. 1. 25. 09:46

 

 

 

가슴으로 읽는 시조 윷놀이

 

윷놀이

 

치자 향 풀풀 내며 내려앉는 함박눈

넉가래 손잡이를 매만지는 잡부 앞에

김 서린 비닐하우스 노란 오이꽃이 핀다

하루치의 일당과 한 켤레 털신을 위해

살얼음 얇은 눈이 안 녹은 듯 녹은 내를

우리는 해진 발 대신 신을 들고 건넜다

이제는 갈라지고 자꾸만 터지는 손

칼바람 밀쳐 내며 어딜 향해 뻗는지

던지는 나무 윷가락 모였으면 좋겠다

 

―서정택(1962~        )

 

                                                                                                              ▲김성규

 

윷판은 늘 떠들썩하다. 편을 먹고 여럿이 둘러서면 윷놀이의 신명은 한껏 오른다. 혼자 몰두하는 게임과 달리 함께하는 맛에 요즘도 인기가 좋다. 그래도 시골의 마당 윷놀이만 하랴. 윷가락을 하늘 높이 던지고 떨어질 때까지 한 바퀴 춤을 돌던 아버지 모습은 명절 윷놀이의 정점(頂點)이었다. 오죽하면 정월 대보름까지의 윷놀이 외유(外遊) 후일담이 전할까.

 

여럿이 할 때 더 흥겨운 윷놀이. 윷판은 풀죽은 삶에도 추임새를 넣는다. 명절에 어른 만나기 두려운 '삼포세대'며 명절증후군 며느리들도 윷가락을 높이 던지며 크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하루치 일당'으로 세뱃돈을 꼬깃꼬깃 마련할 '잡부' 앞에도 가족이 모이면 좋겠다. 시원하게 던진 '윷가락'처럼 흩어진 마음들 모두 모여 서로에게 윷이 되고 모가 되길-.

 

정수자·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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