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漫興 흥이 나서
漫興 흥이 나서
欲說春來事(욕설춘래사) 봄이 온 뒤 무슨 일이 있는지 말해 볼까요? 柴門昨夜晴(시문작야청) 사립문 안팎은 지난밤부터 날이 갰지요.
閒雲度峯影(한운도봉영) 한가한 구름은 봉우리를 넘으며 그림자 남기고 好鳥隔林聲(호조격림성) 다정한 새는 숲 저편에서 재잘거려요.
客去水邊坐(객거수변좌) 손님이 떠난 뒤 물가에 앉아도 보고 夢回花裏行(몽회화리행) 꿈에서 깨어나 꽃 속을 거닐기도 하지요.
仍聞新酒熟(잉문신주숙) 새로 담근 술이 익었다고도 하니 婦自知情(수부자지정) 야윈 아내는 제 속을 잘도 알아요.
-백광훈(1537∼1582)
▲유재일
조선 중기의 시인 옥봉(玉峯) 백광훈(白光勳·1537∼1582)의 시다. 시인은 섬세하고 다감한 감정을 유려한 가락에 실어 표현하는 데 능란하였다. 긴 겨울을 움츠리며 보내고 어느새 봄을 맞이하였다. 하루하루 분위기가 달라지더니 지난밤 비가 갠 뒤로는 영 느낌이 다르다. 산봉우리를 넘어가는 구름도, 숲 저편으로 날아가 지저귀는 새들도 봄기운을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부산을 떤다.
시인도 좀이 쑤셔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간다. 괜히 물가에 가서 앉아보기도 하고, 꽃 속을 거닐어도 본다. 봄이 온 것이 실감 난다. 그중에서도 가장 실감 나는 것은 새로 담근 술에서 풍기는 향내다. 입맛에서 돋아나는 봄기운이 제일이라는 것을 아는 아내는 참으로 현명하다. 곧 봄이 완연해질 것만 같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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