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통점
통점
서문시장 가게마다 하나 둘 꺼지는 불 생선 대가리를 쳐야 먹고사는 친구 놈과 쉰 중반 피로를 놓고 대폿집에 기대 쉰다.
나잇살에 따라오는 그 무슨 통점(痛點) 같은 신경이 곤두서서 생의 맛이 조여오고 경기에 턱턱 받히는 일과들로 가득한 몸.
점점 더 헐떡이는 된비탈 숨소리에 밀리고 휘둘리는 목숨도 짐이다 싶어 입술을 지그시 물고 대폿잔에 기대 쉰다.
―채천수(1957~ )
▲송윤혜
새 출발로 설레는 삼월의 속내를 보면 뒷받침에 휘는 허리가 많다. 학자금 대느라 덧쌓인 '쉰 중반' 또는 그 안팎의 피로가 심각한 것이다. '경기에 턱턱 받히는' 속에서도 등록금 간신히 넣고 나면 대출 이자 느는 소리만 커진다. 시장의 불이 일찍 꺼질 정도로 소비가 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생선 대가리를 쳐야 먹고사는' 게 삶이니 어쩌랴. 정 지치면 술잔에 기대서라도 넘어갈밖에. '생의 맛이 조여오'는 '된비탈'일수록 쳐내야 할 삶의 '대가리'도 많으니, 맞서면서 더러는 '대폿잔에 기대' 쉬면서 넘어가는 것이다. 살면 또 살아지는 법, '입술을 지그시 물고' 뭔가 쳐내며 오늘도 살아내야 한다. 작은 꽃다지들도 숱한 바람 속에서 피며 순명(順命)을 다하듯.
정수자 |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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