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시조

통점

무너미 2014. 3. 22. 07:46

 

 

 

가슴으로 읽는 시조 통점

 

통점

 

서문시장 가게마다 하나 둘 꺼지는 불

생선 대가리를 쳐야 먹고사는 친구 놈과

쉰 중반 피로를 놓고 대폿집에 기대 쉰다.

 

나잇살에 따라오는 그 무슨 통점(痛點) 같은

신경이 곤두서서 생의 맛이 조여오고

경기에 턱턱 받히는 일과들로 가득한 몸.

 

점점 더 헐떡이는 된비탈 숨소리에

밀리고 휘둘리는 목숨도 짐이다 싶어

입술을 지그시 물고 대폿잔에 기대 쉰다.

 

―채천수(1957~          )

 

                                                                      ▲송윤혜

 

새 출발로 설레는 삼월의 속내를 보면 뒷받침에 휘는 허리가 많다. 학자금 대느라 덧쌓인 '쉰 중반' 또는 그 안팎의 피로가 심각한 것이다. '경기에 턱턱 받히는' 속에서도 등록금 간신히 넣고 나면 대출 이자 느는 소리만 커진다. 시장의 불이 일찍 꺼질 정도로 소비가 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생선 대가리를 쳐야 먹고사는' 게 삶이니 어쩌랴. 정 지치면 술잔에 기대서라도 넘어갈밖에. '생의 맛이 조여오'는 '된비탈'일수록 쳐내야 할 삶의 '대가리'도 많으니, 맞서면서 더러는 '대폿잔에 기대' 쉬면서 넘어가는 것이다. 살면 또 살아지는 법, '입술을 지그시 물고' 뭔가 쳐내며 오늘도 살아내야 한다. 작은 꽃다지들도 숱한 바람 속에서 피며 순명(順命)을 다하듯.

 

정수자 |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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