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春日(춘일) 봄날에
春日(춘일) 봄날에
不有花如海(불유화여해) 꽃들이 바다처럼 뒤덮이지 않는다면 那能醉殺人(나능취살인) 어떻게 사람들을 취해 뇌쇄시키랴? 寒猶欺白袷(한유기백겁) 한기가 흰 겹옷을 파고들어도 痴欲住靑春(치욕주청춘) 천치마냥 푸른 봄을 잡아두려네. 坐處明似雪(좌처명사설) 앉은 자리는 눈이 온 듯 화사했건만 朝來雨浥塵(조래우읍진) 아침 비에 촉촉이 젖어 흙이 되었네. 年年每到此(연년매도차) 한 해 한 해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當景輒如新(당경첩여신) 저 풍경은 볼 때마다 처음 본 듯해.
여와(餘窩) 목만중(睦萬中·1727~1810)
영·정조 시대 시인 여와(餘窩) 목만중(睦萬中·1727~1810)이 완전히 꽃에 취해 있다. 천지가 온통 꽃으로 뒤덮여 꽃의 바다 화해(花海)를 이뤘다. 그 바다가 펼쳐진 하루하루를 보낼 때면 꽃에 취해서 정신이 나가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모두가 꽃 때문이다. 아직 물러가지 않은 한기가 옷깃을 스며도 좋다. 이 봄이 더 깊어가지 말라며 시간의 허리를 꼭 붙잡고 떼쓰고 싶다. 바보 천치라고 비웃어도 좋다. 하나 어제 눈이 온 듯하였던 그 자리에는 비에 촉촉이 젖은 꽃잎이 깔려 있다. 꽃이 핀 그곳에는 한 해도 빠짐없이 갔었다. 그래도 늘 처음 본 것처럼 새롭다. 올해도 꽃의 마법에 걸린 듯 화해를 헤엄쳐 건넌다.
안대회 |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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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글
인연
사람과의 인연은 본인이 좋아서 노력하는 데도
자꾸 힘들다고 느껴지면 인연이 아닌 경우다.
될 인연은 그렇게 힘들게 몸부림 치지 않아도 이루어진다.
너무나 힘들게 하는 인연은 그냥 놓아줘라.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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