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어머니의 계절 어머니의 계절 인생의 무게를 견디다 주저앉은 관절이 닳은 자리 자꾸만 가렵다 가여워, 겨울볕이나마 바지런히 내려앉누나 6인실 병실에는 절단된 뼈들끼리 불화하는 시간의 퍼즐을 맞춘다 도무지 찾을 수 없는 마지막 한 조각 꿈에서도 나무에 물을 대는 당신 덕에 계절이 바뀌듯이 자주 바람이 분다 오늘은, 매화가 폈다 저만치 봄이 온다 ―조춘희(1980~ ) ▲정인성
어머니의 아픔이 더 크게 보이는 때다. 다 닳은 관절들의 '6인실 병실'은 우리네 어머니들의 아픈 여생이다. 그런데 내내 넋 놓고 바라본 바다 앞이나 분향소 앞 어머니들의 저미는 아픔도 말로 다할 수가 없다.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더 깊이 앓으며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 상실이 참으로 길고 깊고 가혹한 봄이다. 그래도 살면 살아진다던가. '절단된 뼈들끼리'도 '불화하는 시간의 퍼즐을' 맞추고 '마지막 한 조각'을 찾는다. 찾다 '주저앉은' 중에도 '나무에 물을 대는 당신 덕에', 그런 더운 손들 덕에 세상에 다시 바람이 불고 꽃이 핀다. 곧 여름 꽃이 필 텐데, 새로 피는 꽃들이 또 아플 텐데, 그 속에서도 말없이 같이하는 마음들로 피우는 사람 꽃이 미덥다. 어머니의 계절, 어머니의 힘인 게다. 정수자 | 시조시인 |
오늘의 좋은 글
용서의 이유
어떤 것에 대해 미운 마음을 품거나 자기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해서,
꼬치꼬치 캐고 들거나 속상해하면서 세월을 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짧은 거란다.
- 샤롯 브론테의 <제인에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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