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

실비

무너미 2014. 5. 21. 06:34

 

 

가슴으로 읽는 동시 실비

 

실비

 

실비 금비 내려라

잔디밭에 내려라

 

실비 꽃비 내려라

꽃송이에 내려라

 

실비 싹비 내려라

가지마다 내려라

 

실비 떡비 내려라

못자리에 내려라

 

실비 은비 내려라

연못 속에 내려라

 

강정안(1930~          )

 

                                    ▲이철원

 

봄비는 이름도 예쁘고 내리는 모양도 사랑스럽다. 이 동시에 나오는 비 이름만 해도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가. 실처럼 가늘게 내리는 실비, 금잔디 돋게 하는 금비, 꽃을 피게 하는 꽃비, 가지에 싹을 돋게 하는 싹비, 못자리에 떡잎 나게 하는 떡비, 연못을 고운 은빛으로 물들이는 은비.

 

그리고 씨를 뿌리듯 보슬보슬 내리는 보슬비, 이슬처럼 이슬이슬 내리는 이슬비, 간지럽게 간질간질 내리는 가랑비,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하고 노래하며 노는 아이들 머리 위에 살짝 내리다 가는 여우비. 봄에 내리는 비는 이름도 예쁘지만 농사에도 도움이 되는 약비다. 바늘에 꿰어 옷을 짓는 실처럼 내리는 실비에 어머니가 바느질하듯 산과 들이 푸르러간다. 실뿌리처럼 가늘게 내리는 실비에 풀과 나무들이 실뿌리를 뻗어간다.

 

이준관 | 아동문학가

 

[출처] 프리미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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