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山頂(산정) 산꼭대기
山頂(산정) 산꼭대기
來時平地望山巓(내시평지망산전) 평지에서 찾아오며 산꼭대기 바라볼 때는 直謂山巓際碧天(직위산전제벽천) 꼭대기가 하늘과 맞닿은 줄 알았었네. 如今却到山巓上(여금각도산전상) 이제 발걸음이 꼭대기에 이르렀네. 擧首觀天更杳然(거수관천갱묘연) 머리 들고 쳐다봤더니 하늘은 더 까마득히 멀어졌네.
신후담(愼後聃· 1702∼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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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유학자 신후담(愼後聃· 1702∼1761)이 청년 시절 개성 일대를 여행하였다. 그곳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떤 산의 정상에 올랐다. 천천히 걸어 산 밑까지 와서 산꼭대기를 바라보니 꼭대기가 꼭 하늘에 닿은 것처럼 보였다. 정상에 오르면 하늘이 손아귀에 잡힐 것만 같아서 서둘러 오르고픈 의욕이 솟아났다.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에 올라온 순간, 손아귀에 잡히기는커녕 하늘은 훨씬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산 밑에서 본 것보다 더 높아 보였다. 정상에 올라와서야 알았다. 진정 높은 것은 가볍게 닿을 수 없다는 것을. 야트막한 꼭대기에 올랐다고 교만 떨지 말라!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이가 있다. 산꼭대기에 올랐다가 산으로부터 크게 배웠다.
안대회 |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출처] 프리미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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