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

귀뚜라미와 나와

무너미 2014. 9. 20. 09:45

 

 

가슴으로 읽는 동시 귀뚜라미와 나와

 

귀뚜라미와 나와

 

귀뚜라미와 나와

잔디밭에서 이야기했다.

 

귀뜰귀뜰

귀뜰귀뜰

 

아무에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알자고 약속했다.

 

귀뜰귀뜰

귀뜰귀뜰

 

귀뚜라미와 나와

달 밝은 밤에 이야기했다.

 

윤동주(1917~1945)

 

                                      ▲일러스트 : 김현지

 

가장 사랑을 받는 민족시인 윤동주는 순수한 동시를 쓴 동시인 이기도 했다. 일제강점기 말기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순수한

 

동심을 잃지 않고 동시를 썼다. 티 없이 맑고 깨끗한 동심을 노래하고 아이의 천진한 모습을 동시에 담았다. 그가 남긴 동시는 지금도 어린이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다.

 

이 동시는 달 밝은 밤에 귀뚜라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심을 노래하고 있다. 외로워서일까, 쓸쓸해서일까. 우리는 가을이면 누군가와 이야기가 하고 싶어진다. 달 밝은 밤이라면 더욱 그러할 터. 그러기에 이 동시 속 아이도 귀뚜라미와 이야기를 한다.

 

어디 이 아이뿐이겠는가. 우리 또한 밤새워 우는 귀뚜라미와 '아무에게도 알으켜 주지 말고 우리 둘만 아는' 이야기가 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터. 이 가을엔 동심으로 돌아가 달 밝은 밤에 귀뚜라미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이준관 | 아동문학가

[출처] 프리미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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