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새 달력
새 달력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새끼 비둘기 같은 숫자들이 반듯반듯한 창문을 열고 나와 피어나는 꽃잎의 몸짓으로 줄을 지어 앉아 있다.
하루를 열어 주면 푸드덕! 잠든 하늘을 깨우며 날아오를 것 같은 숫자들. 또 하루를 열어주면 살풋! 꽃씨를 물고 내려앉을 것 같은 숫자들.
종소리를 울려주고 언 강물을 풀어주고 휴전선을 열어줄 것 같은 숫자들이 비둘기장 같은 새해 새 달력 속에 저마다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며 푸른 날개를 다듬고 있다.
ㅡ서재환(1961~ ) ▲일러스트 : 이철원
새해 새 달력을 걸면 가슴이 설렌다. 한 번도 밟지 않은 하얀 눈길 같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같은 새 달력에는 기대와 설렘이 있다. 그리고 저마다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다.
시인은 그런 새 달력을 비둘기장이라고 했다. 새 달력의 숫자들을 막 알에서 깨어난 새끼 비둘기라고 했다.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잠든 하늘을 깨우고 날아오를 것 같은 숫자들, 소망의 꽃씨를 물고 '살풋!' 내려앉을 것 같은 숫자들, 그런 숫자들이 새 달력에는 줄지어 앉아 있는 것이다.
올해에도 저마다 희망의 종소리가 울리고, 얼어붙은 마음들이 풀리고, 통일의 꿈이 이어지는 한 해가 되기를 빌어본다. '비둘기장 같은 새 달력' 속에서 '새끼 비둘기 같은 꿈'들이 푸드덕 날아오르기를 소망해본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프리미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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