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봄 생각
봄 생각
어젯밤 도란도란 상추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 텃밭에는 파란 싹이 돋아났네
언제쯤 예쁜 속잎이 나비만큼 자랄까
엄마손 돌아간 데 어찌 아니 물오르랴
우물가 향나무도 장독대 밑 꽃밭에도
우리 집 장닭 꼬리도 윤이 잘잘 흐른다
하룻밤 자고 나면 하루만큼 봄이 오고
아버지는 밭갈이에 맨발 벗고 나섰는데
이 봄에 나는 뭘 할까 캘린더도 환하다
―정완영(1919~ )
▲일러스트 : 이철원
봄비가 내리고 나면 농촌은 밭갈이하랴 논갈이하랴 바빠진다. 들농사에 텃밭 농사에 일손도 분주해진다. 이 동시조는 봄비 내린 농촌 풍경을 정감 있게 노래하고 있다. 도란도란 텃밭에 내린 비를 '상추비'라고 표현한 것이라든지, 예쁜 속잎이 자라는 모습을 '나비'에 비유한 것이 참 신선하다.
엄마 손길이 닿는 곳에는 물이 오르고 윤이 잘잘 흐른다는 표현도 절묘하다. 그렇다. 엄마가 물 길러 가는 우물가 향나무도, 엄마가 가꾸는 꽃밭도, 엄마가 돌보는 장닭 꼬리도 봄에는 엄마의 알뜰한 손길로 윤기가 난다. 이 동시조를 읽으면서 봄빛으로 환한 캘린더를 보며 '이 봄에 나는 뭘 할까' 새삼 생각해 본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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