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無人島
無人島(무인도)
수평선이 축 늘어지게 몰려 앉은 바닷새가 떼를 풀어 흐린 하늘로 날아오른다. 발 헛디딘 새는 발을 잃고, 다시 허공에 떠도는 바닷새, 영원히 앉을 자리를 만들어 허공에 수평선을 이루는 바닷새.
인간을 만나고 온 바다,
물거품 버릴 데를 찾아 無人島로 가고 있다.
―신대철(1945~ )
▲일러스트 : 이철원
바닷가 모래밭에는 바닷새들이 빽빽하게 모여 앉아 있다. 그 앉아 있는 일렬횡대의 무게 때문에 팽팽하던 푸른 수평선이 아래로 처져 있다. 그리고 바닷새는 사방으로 허공으로 흩어져 날아간다. 마치 파도의 흰 포말처럼.
바다는 인간을 만나러 재바르게 움직여 온다. 바다는 인간의 세계 가까이에서, 해안에서 퍼지르고 앉아 있다 다시 일어나 먼 수평선 쪽으로 돌아간다. 이때 인간의 세계는 "벌떼 같은 사람"이 사는, 소란하고 더럽혀진 세계이다. 인간을 만난 바다는 난파선처럼 떠밀려 간다. 인간의 세계가 "물 밑바닥에 밀리는 흰 모래알"처럼 눈부시고 깨끗할 순 없을까.
문태준 시인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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