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키 작은 아이
키 작은 아이
그 애를 쳐다보고 싶지만
쳐다볼 수가 없다.
부끄러워할까 봐
그 애 곁을 지날 때마다
내가 앉아서
손을 잡아 주고 싶지만
그만두고 만다.
울어 버릴 것만 같아서
짓궂은 아이가
그 애를 불렀다.
"야, 숏다리!
너의 아빠도 난쟁이지?"
나는 덜렁 겁이 났다.
키 작은 아이는
씨익 웃고 지나갔다.
나는 그때서야 말을 했다.
"야, 같이 가자."
―노여심(1962~)
▲일러스트 : 이철원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의젓할 때가 있다. 이 동시 속의 아이가 그렇다. 시 속의 아이는 키 작은 아이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다. 혹시 아이가 키 작은 것을 부끄러워할까 봐서이다. 그 애 손을 잡아주고 싶지만 혹시 그 애가 울어버릴까 봐 그러지 못한다. 그런 아이의 배려심이 우리들 마음을 따스하게 한다.
키 작은 아이는 또 얼마나 의젓한가. 짓궂은 아이가 아빠까지 들먹이며 놀려도 의연하게 '씨익 웃고' 지나간다. 이런 당당하고 씩씩한 아이의 모습을 보고 시 속의 아이는 안심하고 "야, 같이 가자" 하고 부른다.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의젓하고 당찬 키 작은 아이도 우리를 흐뭇하게 한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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