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측행(仄行)
측행(仄行)
가자면 갈 수 있고 오자면 올 수 있겠지요.
달 아래 자두나무, 옛날의 눈을 가진 나무 맹인 달 아래 자두나무, 제 그림자를 파는 나무 상인
당신이 달 아래 자두나무인가요? 달 아래를 걷는 당신, 눈꺼풀 없는 눈으로 보는 목인(木人)인가요?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고,
―장석주(1955~ ) |
▲일러스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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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행(仄行)은 비뚜로 걷는 것을 말한다. 혹은 한 다리로 지탱하고 다른 다리를 옆으로 벌려 중심을 옆으로 옮긴 형세이니 자두나무의 겉모양을 그렇게 말한 것이리라. 달 아래에서 자두나무가 기울어진 채 걷는다고 생각해보니 자두나무는 곧 우리의 외형에 다름 아닌 것 같다.
그런 자두나무가, 우리가 미지(未知)의 시공간 위에 홀로 서 있다. 흰빛이면서 동시에 캄캄한 어둠(그림자)인 채로 서 있다. 사랑에 빠질 수도, 이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어딘가에서 왔고 또 어딘가로 갈 것이다. 옛날과 미래가 혼재해 있다. 그러나 모호한 것이 자두나무의 속성은 아니다. 자두나무는 어떤 가능성에도 활짝 열려 있다. 시인은 "자두나무의 맥동(脈動)을 들어라"라고 말한다. 생명의 맥박이 뛰는 우리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다.
문태준 시인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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