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난전
▲일러스트 :이철원 | 난전
이제 마음이사 모질고 당혹스런거라 가파른 세상, 가파른 그늘이여 그래도 어눌한 손등, 팔다 남은 푸성귀 몇 단. 설사 금자라 해도 스스로는 모르는 일 그 형평―, 금저울이라 해도 그 또한 모르는 일 시퍼런 그 가슴 하나, 시퍼렇게 나앉는다.
―김종윤(1944~) 꽃샘추위는 더 '시퍼렇게' 느껴진다. 막 피어나는 꽃잎이며 얇아진 옷들을 파고드는 탓인지 때때로 겨울보다 매섭다. 꽃 소식이 턱밑까지 와 있건만 주머니 사정이 꽃 같지 않아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지하철역 입구 등에는 봄나물 난전이 늘고 있다. '금자'든 '금저울'이든 '스스로는 모르는 일'이고 에누리쯤 그러려니 넘어가는 난전. 그중에는 '이제 마음이사 모질고 당혹스런거라' 되뇌는 '어눌한 손등'도 있을 것이다. |
손길들 더 분주히 오가면 '가파른 그늘'쯤 물리며 가려니, 종종대는 발길들이 그 앞에 많이 머물게 꽃샘바람이나 잦아들면 좋겠다.
'팔다 남은 푸성귀 몇 단' 떨이로라도 치우고 일어서던 삶의 난전. 그런 어머니들의 '시퍼런' 손이 대주는 등록금들이 파랗게 살아 돌아오면 좋겠다. 그렇게 우리네 봄꽃들의 난전도 어서어서 환해지길….
정수자 시조시인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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