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가로등이
가로등이
문구점 앞을
지나는데
-얘, 여기야, 여기!
앉은뱅이 오락기가
나를 부른다
'딱 한 번만 하고 갈까?'
하고 돌아서는데
'콩!'
엄마 대신 가로등이
내 머리를
쥐어박는다
―정은미 (1962~ )
▲일러스트 : 이철원
이 동시는 '엄마 대신 가로등이 '콩!' 하고 머리를 쥐어박는다 '는 동심적 발상이 미소를 짓게 한다. 학교 앞 문구점은 누구에게나 추억이 어린 곳이다. 아이들이 가장 몰려 있던 곳은 문구점 앞에 놓인 앉은뱅이 오락기였다. 주머니 속에서 딸랑거리는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이 동시처럼 '딱 한 번만 하고 갈까?'를 얼마나 되뇌었던가. 끝내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오락기에 앉아 놀다가 엄마한테 혼나기도 했던 기억이 새롭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도 돈이 없어 '이거 얼마예요?' 하고 값만 물어보고 물건만 만지작거리다 오곤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런 추억이 어린 학교 앞 문구점이 요즘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하니 아쉽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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