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한시

이를 잡는 할머니

무너미 2016. 9. 3. 10:44

가슴으로 읽는 한시


이를 잡는 할머니

 

나이 많은 할머니가 길가에 앉아

아이를 품에 안고 햇볕을 쬐고 있네.

 

머리를 만지기엔 따뜻한 볕이 좋고

이를 잡으려면 밝은 데가 더 낫지.

 

편안케 해주려는 마음이 뭉클하고

해로움을 없애려는 심정이 간절하네.

 

그 누가 이 사연을 가져다가

백성을 보호하는 정성을 펼치도록 할까?

路旁有老媼 抱兒曝陽 理頭捫蝨 感而賦之

 

老媼當途坐(노온당도좌)

抱兒向日晴(포아향일청)

 

理頭知愛暖(이두지애난)

捫蝨且隨明(문슬차수명)

 

惻怛求安意(측달구안의)

丁寧去害情(정녕거해정)

 

誰能將此事(수능장차사)

推得保民誠(추득보민성)


숙종 시대의 명신 약천(藥泉) 남구만(南九萬·16291711)이 젊은 시절에 썼다. 날씨가 찬 어느 날 길을 가다가 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늙은 할머니가 햇볕을 쬐면서 아이의 머리를 매만지고 이를 잡아주는 장면이었다. 특별하달 것도 없이 옛날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하지만 그 광경을 보고 약천은 마음이 움직였다. 머리를 만져주려고 따뜻한 햇볕을 찾는 행동에는 아이를 추위에 떨지 않게 하려는 마음이 엿보였고, 이를 잘 잡으려고 환한 데를 찾아가는 행동에는 아이에게 해로운 것을 다 없애주려는 마음이 엿보였다. 그 모습이 한창 소장 관료로 승승장구하는 약천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정치란 백성을 보호하는 따뜻한 마음에서 우러나온다는 관료의 기본을 어느 할머니가 말없이 일깨워주었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 한문학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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