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시2

푸른 꼭지점

무너미 2016. 10. 17. 07:01

[가슴으로 읽는 시] 푸른 꼭지점



일러스트 : 김성규

푸른 꼭지점

 

미루나무 두 그루, 키를 나란히 하고 늙어갑니다

바람 불거나 불지 않거나 제자리 디디고 디딥니다

그저 서로 바라보는 것도 큰 경영이라

뒤꿈치 단단해질수록 나란나란 깊어가는 두 그루 고요

북극성 도착하는 꼭지점입니다

 

김수우(1959~ )

 

미루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다. 아마도 방죽에 서 있었을 것이다. 곧고, 키가 아주 크다. 만 리를 내다볼 수 있을 정도로. 미루나무 두 그루에게 바람이 왔다 가고,

시간이 물처럼 멀리 흘러간다. 두 그루는 뿌리를 깊게 내려 서로를 지긋이 응시한다. 말없이 잠잠하게 바라본다. 마치 그렇게 하는 것이 이 세계의 가장 큰 운영이며, 가장 큰 생산이며, 가장 큰 보람이라는 듯이. 이 조용한 바라봄이야말로 살림의 전부라는 듯이.

 

암흑 같은 밤이 되면 두 그루 나무의 정수리 위로 북극성이 빛난다. 북극성이 내려온다. 이 둘이 우주의 중심이다. 이 둘로부터 우주가 탄생한다.

 

문태준 시인

[출처] 조선닷컴


'詩, 詩調. 童詩, 漢詩 > 가슴으로 읽는 시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통기한  (0) 2016.10.31
홍시  (0) 2016.10.24
은자의 감화력  (0) 2016.10.10
여진(女眞)  (0) 2016.10.03
구월(九月)의 시  (0) 2016.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