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들국화 2
▲일러스트 : 이철원 | 들국화 2
너 없이 어찌 이 쓸쓸한 시절을 견딜 수 있으랴
너 없이 어찌 이 먼 산길이 가을일 수 있으랴
이렇게 늦게 내게 와 이렇게 오래 꽃으로 있는 너
너 없이 어찌 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 향기 있으랴
―도종환(1954~ )
시인이 걷고 있는 먼 산길은 마르는 가을이다. 적막하고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황폐하고 험하다. 시인은 이 먼 산길에서 피어 있는 들국화를 만난다. 들국화를 보는 순간 큰 위안을 받는다. 마치 아름다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들국화는 늦게 와서 |
꿋꿋이 서리의 시간을 참아내며 가을날의 마지막까지 피어 있다.
언제 누가 보아도 겸손하게 피어 있지만 들국화의 향기는 진하고 맵다. 피어 있는 들국화는 하나의 소신이요, 신념 같다. 사랑하는 이가 가까이 올 적엔 잘 익은 그 향기가 툭 터져 사랑하는 이의 가슴 깊숙이 퍼져 간다. 꾹 참고 있던 말을 처음으로 용기 있게 고백하게 된 사람처럼.
문태준 시인
[출처]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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