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소라 일기장
▲일러스트 : 이철원 | 소라 일기장
뻘은 말랑말랑해 발자국이 다 남아 어디 갔다 왔는지 누구와 놀았는지 거짓말할 수 없어 뻘 마을은 정직해
―함민복(1962~ )
강화도에서 좋은 시를 쓰며 사는 시인이 건진 동시다. 말랑말랑해 살짝 딛기만 해도 폭폭 빠지는 뻘. 그런 뻘 마을은 무섭다. 발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어디서 누구와 무얼 하며 놀았는지 다 아니까. |
나쁜 짓 하면 그대로 드러나니,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 정직만 아는 뻘 마을. 이런 마을에 살면 겁나겠다. 그렇지도 않다. 정직하게 살면 되니까. 그런데 제목이 왜 '소라 일기장'일까. 어리둥절하다. 거짓말을 쓰지 않은 일기장은 정직하다. 뻘은 소라의 일기장이다. 기어다닌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니, 소라 일기장도 정직하다. 정직에 밑줄 그은 게다.
그는 바다에서 이런 동시도 낚았다. '나 물고기 맞아// 수영 실력은 간신히 낙제 면했고/ 뻘에서 기어 다니는 데는/ 일등// 나 진짜 물고기 맞아.'('짱뚱어' 전문). '집게야/ 너는 집이 있어 좋겠구나// 꼭/ 그렇지도 않아요// 우린 외식도 못하고/ 외박도 못해요.'('집게' 전문). 우리도 바다에 가서 이런 시심(詩心)에 젖는다면, 뻘 마을이 기뻐 더 출렁일 것이다. 하하.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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