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한시] 평릉역 역사의 기둥에 쓰다
하급 관료가 되고 나니 관대에 관모를 차려입고 역을 찾아오는 높고 낮은 벼슬아치를 공손하게 맞아야 한다. 비위에 맞고 안 맞고를 가릴 처지가 아니다. 자신을 위해 관직에 나갔는데 오히려 허연 머리를 한 자신을 부끄럽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자리를 통쾌하게 내던지고 자유인이 될 수도 없다. 바닷가 하늘을 나는 갈매기가 오히려 부럽다. 사람의 운명을 정하는 조물주의 용광로 앞에 나가서 조물주를 귀찮게 하더라도 축원의 말 한마디 올려야겠다. 다음 생에는 차라리 저 바닷가의 갈매기로 태어나게 해 달라고 말이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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