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시[39]
마치…처럼 김민정
| |
내가 주저않은 그 자리에 새끼고양이가 잠들어 있다는 거
물든다는 거
얼룩이라는 거 |
빨래엔 피존도 소용이 없다는 거
흐릿해도 살짝, 피라는 거
곧 죽어도 빨강 수성사인팬 뚜껑이 열려 있었다는 거 <2007년> |
일러스트=클로이 지워지지 않은 사랑의 "얼룩" 가장 젊고 발랄한 세대에 속한 시인은 언젠가 문예지에 자신의 시론(詩論)을 이렇게 밝혔다. '선 본 남자에게 꼭 한달 만에 차였다. 헤어지자며 남자는 그랬다. "너 지난 번 터미널 지날 때 뭐라고 그랬는지 알아?", "네, 버스들이 밤이 되니까 집으로 다 자러 오네, 그랬어요.", "너 일부러 그런 거지? 시 쓴답시고.", "네? 그런 게 시였어요? 몰랐는데요.", "너 지난 번 두사부일체 볼 때 한 번도 안 웃었지?", "네, 한 번도 안 웃었어요, 안 웃겨서.", "너 잘난 척한 거지? 시 쓴답시고." 그날 밤 나는 남자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 나와 안 맞아줘서 고마워요. 안 그랬음 시를 몰랐을 테니까요.' |
'좋은인연 > 애송 사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담 / 이문재 (0) | 2008.11.08 |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백석 (0) | 2008.11.07 |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 / 박라연 (0) | 2008.11.05 |
마른 물고기처럼 / 나희덕 (0) | 2008.11.04 |
서귀포 / 이홍섭 (0) | 2008.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