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애송하는 사랑詩[44]
百年 문태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히 시렁에 쌓인 배개들을 올려보았네 연지처럼 붉은 실로 꼼꼼하게 바느질해놓은 百年이라는 글씨
저 百年을 함께 베고 살다 간 사람은 누구였을까
병이 오고 꿍꿍 않고 붉은 알몸으로 뜨겁게 꺼안자던 百年
등을 대고 나란히 눕던 당신의 등을 쓰다듬던 그 百年이라는 말 강물처럼 누워 서로서로 흘러가자던 百年이라는 말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하루을 울었네 <2008년> 일러스트=이상진 이별을 생각하면 사랑이 더 귀해진다 내가 죽고 나면 당신은 어떻게 살지? 사랑하는 사람을 보며 가끔 생각한다. 내가 없어도 내 사랑하는 사람이 지상의 삶을 잘 갈무리하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인생엔 저마다 감당해야 할 수레바퀴 시계가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들도 결국엔 홀로 떠나고 홀로 남는다. 맑은 날 사랑하는 사람과 햇살 고운 창가에 앉아 죽음을 생각해보라. 이별을 생각하면 사랑이 더 귀해진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라고 하지 않던가. 삶과 죽음은 한몸이다. |
'좋은인연 > 애송 사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0) | 2008.11.14 |
---|---|
저녁의 연인들 / 황학주 (0) | 2008.11.13 |
고추씨 같은 귀울음소리 들리다 / 박성우 (0) | 2008.11.11 |
사랑 / 박형준 (0) | 2008.11.10 |
농담 / 이문재 (0) | 2008.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