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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비平和碑 (스크랩)

무너미 2011. 12. 18. 17:41

평화비平和碑

 

요즘 같은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엄동설한 회색거리에 홀로 앉아 말없이 일본 대사관을 바라보는 어린 소녀상이 가슴을 미어지게 한다. 단정한 단발머리, 오동통한 양 볼, 찢어진 동양적인 두 눈, 손은 앞으로 하여 얌전히 앉아 있다. 단정한 저 모습은 덴마크의 인어공주상보다 더 어여쁘고 청순해 보인다. 그러나 소녀는 춥디 추운 맨발이다.

 

이름하여 "평화비(平和碑)"라고 한다. 매주 수요일 정오에는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종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수요 집회를 열었다.지난14일 수요일 집회는 1000번째가 되는 날이고, 그것을 기념하여 정대협이 마련한 시민 성금으로 세운 것이라고 한다. 평화비의 돌바닥엔 한국어와 영어·일본어로 새겨진 비문이 있다,

 

"1992년 1월 8일부터 이곳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시위가 2011년 12월 14일 1000번째를 맞이함에 그 숭고한 정신과 역사를 잇고자 이 평화비를 세운다."

 

평화비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끌려가던 모습대로 한복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있는 10대 소녀 동상과 빈 의자로 구성됐다. 소녀는 고무신도 신지 않은 맨발인데 이유는 당시 전쟁 때 할머니들이 찍힌 사진을 보면 신발을 신은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 착안, 역사 자체를 표현하려 한 것이란다. 한복을 입고 손을 무릎 위에 모은 채 작은 의자에 앉은 위안부 소녀는 높이 약 130㎝이고 옆의 빈 의자는 소녀를 위로하는 시민의 몫으로 남겨뒀다고 한다.

 

이에 일본 정부는 평화비 철거를 요구했다. 우리 외교부는 "평화비 건립은 일본 정부의 책임있는 문제 해결과 명예회복을 촉구해온 피해자들의 간절함을 반영한 것"이라며 거절했다. 19년 11개월이나 수요 집회가 열리는 동안 234명의 할머니 중에 171명이 세상을 뜨고 63명만 남았다고 한다. 약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법적 보상이 모두 끝났다며 버틴다. 15일 방한 중인 스기야마 신스케(彬山晉輔)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은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비 철거’는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며, “일본이 양자협의 제안에 응하지 않는다고 한 적은 없다”면서 “일본 정부는 법적인 일본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한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우리 정부의 위안부 양자협의 제안에 대해 그동안 “청구권 문제는 이미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주장을 반복해왔다. 지난 9월에도 한국 정부가 제안한 위안부 청구권 문제와 관련해 양자협의를 일본 정부가 응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일본정부의 태도가 국제사회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은 재일 동포에게 참정권도 주지 않고 있다니 부당한 일이다. 독일은 외국인들에게도 투표권을 주어 그들의 정치 참여는 물론이고 정당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지 오래 되었다. 일본이 선진국이라면서 재일 동포들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는다니 인권과 평등의 민주주의 국가라고 할 수 없다. 절차 민주주의는 시행되는 모양이다.

 

북풍 한설에 얇은 한복과 맨발의 어린 소녀상은 우리의 한스런 역사를 다시 돌이켜 보게 하고, 나라가 힘없고 지도자들마저 '정신 나가면' 핍박은 고스란히 백성의 몫이다는 사실을 절감케 한다. 그러면서 이 소녀비와 관련해 몇가지 생각이 떠올라 적어본다.

*저 소녀상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형상화하여 다시금 우리 한민족에게 "두번 다시 수치의 역사를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자각을 새삼스레 일깨운다. 어린 '소녀상'은 백마디 구호보다 더 절절한 역사의식 효과를 준다, 매우 늦지 않았나 하는 감정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것이 국민의 성금에 의해서 세워져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한국이 저 정도 규모의 비 세울 돈이 없는지, 그런 생각조차도 아예 못해본 나라인지 궁금하다.

 

*"평화비"의 명명이 너무 거창하고 추상적이다. 그 뜻이야 엄숙한 줄은 알겠지만. 차라리 '그 어린 몸으로 가엾게 끌려갔을 맨발의 소녀들을 지칭하는' 구체적인 '소녀비'가 어땠을까 하는 상념은 나만의 생각일까.

 

*'일본이 법적으로 끝났다'며 철거를 요구한다니 참으로 뻔뻔하다. 이는 '법적'인 보상의 문제이면서도 엄연히, 법보다 더 고귀한 양도불가의 인권에 대한 문제로서, 조상들이 그렇게 야만적 행동을 했다면, 후손으로서 부끄러워 해야 한다. 오히려 '평화비'를 스스로 세워 한국에 사죄해야 한다. 일본인들은 타인의 인권존중은 아직도 모르는 진정한 민주시민이 아니다.

 

*부자나라 일본이 저 위안부 문제를 방치하고 '법적으로 끝났다' 하고 있으니 국제사회가 욕하고 있다. 저희들만 모르고 있다. 필자는 유럽에서 독일에서 자주 들었다, 일본이 무도하다고...언젠가 한국, 중국, 필리핀등 위안부 피해자 국가들은 공동 연대해서 일본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보상도 받아내야 한다.

Berlin, Holocaust-Mahnmal

 

*2차 대전 전범 국가로서 스스로를 가혹하게 단죄하는 전후 독일은 특히 유태인에게 보상을 '하고 또 하고' 하였다. 그것도 모자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 옆에는 2711개의 회색 콘크리트 벽이 세워져 오가는 관광객들의 이목을 끈다. 19000평방미터 라는 금싸라기 땅을 유태인 희생자 비석을 세우는 데 바쳤다. 그 이름도 끔찍한 홀로코스트 기념비Holocaust-Mahnmal 공원이다.

 

독일 사람들이라고 특히 베를린 사람들이라고 자신들의 금싸라기 땅에, 세계에서 온 수많은 '즐거운' 관광객들이 오가는 길목에, 그 끔찍한 '수치'의 '전범 역사'를 내보이고 싶겠는가. 하지만 유태인들이 요구하고 또 요구하는데다, 독일 국민들 스스로의 다시는 전쟁을 일으키지 않겠다는 다짐과,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이 그들의 '잔혹한 전범사'를 '정직하게' 내보임으로써 과거를 반성하고 있으며, 그러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독일은 평화민족이라는 것을 홍보하는 반사 효과도 있기에, 베를린은 시내 금싸리기 땅을 '유태인 무덤'에 할애한 것이다.

 

일본이 정상적으로 인권을 아는 국민이라면, 저 조그만 가냘픈 130cm의 소녀상을 철거하라니 마라니 하는 말 안한다. 그것을 보며 잔혹한 자신들의 조상에 대해 부끄럽게 생각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말해야 '덕성있는' 국민이다. 허나 반대로 행동하는 뻔뻔한 일본이다.

한국은 독일 보다 땅이 좁으니, 저 소녀상을 정신대 끌려간 여자들 숫자만큼 더 작은 인형으로 만들어서 세우는 건 어떨까 싶다.

 

오늘 '평화비'가 일깨우는 우리의 지나간 수치의 역사는, 나라가 '힘'이 있어야 하고, 지도층이 명확하고 총명하며intelligent 투철한 책임감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