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우화(寓話)
우화(寓話)
점심 때 소머리국밥 먹고 트림하면서 소 울음소리 난다
- 샐러리맨은 소의 후손이야 - 넥타이는 신종 고삐지
거울 속 음매음매 울며 나를 쳐다보는 소 한 마리
콘크리트로 무장된 도시 더 이상 갈아엎을 수 없다
- 발굽이 다 닳았군 - 가죽도 헐거워 졌어 |
나는 또 도살장에 끌러가듯 엘리베이터에 몸 싣는다.
- 장수현(19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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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를 규정하는 다양한 표현이 있다. 그중 최근의 말이 ‘피로사회’ 일 것이다. 성과 사회의 긍정성 과잉에 따른 자기 성취 욕구가 피로를 누적하며 우울증 같은 증후군을 양상 한다는 진단이다. 자신이 가해자이자 피해자라는 지적이 무엇보다 섬뜩하다. 쓰러질 때 까지 일하며 자신을 착취한다면 현대인은 분명 성공의 노예다. 하지만 오늘날 삶 자체가 그런 구조에 꿰어져 가고 있다.
넥타이라는 신종 고삐, 누가 이 굴레를 쉬 벗을 수 있을까, 도살장에 끌러가는 소처럼 숨이 턱턱 막혀도 눈뜨면 일터로 가야한다. 거기서 또 발굽이 닳도록 자신의 삶과 꿈을 갈아(耕)야 한다. 오늘도 소의 후손들이 줄줄이 점심을 먹고 울음을 되새김질하며 엘리베이터를 타리라. 조금 더 상승하는 자신을 위해서, 또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 (조선일보 2012.4.3일)
정수자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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