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참새의 얼굴
참새의 얼굴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을 하고 참새가 한 마리 기웃거린다.
참새의 얼굴을 자세히 보라 모두들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아무래도 참새는 할 얘기가 있나 보다 모두 쓸쓸하게 고개를 꼬고서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이다.
- 박목월(1916~19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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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까불대고 촐랑거리는 줄만 알았던 참새들도 자세히 보면 쓸쓸하게 고개를 꼬고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얼굴이다. 어디 참새뿐이라. 아이들도 개구리도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은 자세히 보면 모두 간절히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이다. 그들이 얘기가 하고 싶은 얼굴로 기웃 거릴 때 우리들은 “오 이리온, 어서 얘기 해 보렴” 하고 말한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이동시에 나오는 참새는 바로 우리 아이들의 얼굴이다. 얘기 하고 싶은 얼굴로 기웃거려도 어른들은 그저 무심할 따름이다. 어쩌다 머뭇거리며 무슨 말인가 꺼내려 하면 “나 바빠, 말 시키지 마” 하고 퉁명스럽게 대꾸할 뿐이다. 때로 아이들은 친구들에게 왕따나 폭행을 당한 아픔과 고통으로 참새처럼 간절한 얼굴로 얘기 하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얘기하고 싶은 얼굴로 기웃거리는 아이들의 말에 이제라도 귀를 기울여도 늦지 않을 것이다. (출처: 조선일보 4월 5일)
이준관 아동 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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