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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동시] 꽃사슴

무너미 2012. 4. 19. 05:45

[가슴으로 읽는 동시] 꽃사슴

꽃사슴

 

아가의 새 이불은

꽃사슴 이불

 

포근한 햇솜의

꽃사슴 이불

 

소로록 잠든 아가

꿈속에서

 

꽃 사슴꽃사슴

타고 놉니다.

 

-유경환(1936~2007)

 

 

요즈음 동네에서 아기를 볼 수 없다. 예전엔 골목길에서 놀던 여자아이 등에 업혀 쌔근쌔근 잠든 아기를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 어렵다. 집집마다 저녁이면 쌀 씻는 소리와 함께 저녁 불빛처럼 번져 나오던 아기 울음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아기의 탄생처럼 큰 축복이 어디 또 있으랴. 아기가 태어나면 포근한 햇솜의 새 이불을 준비한다. 꽃사슴이 수놓인 햇솜 이불을 덮고 아기는 소로록 잠든다. 꿈속에서 아기는 꽃가지 같은 사슴뿔을 잡고 꽃사슴을 잡고 꽃사슴을 타며 놀 것이다.

이렇게 자란 아기가 걸음마를 시작하면 행여 다칠세라 엄마는 비로 마당을 쓸고 까치는 새봄 새잎 같은 새 이빨을 물어다 주리라. 신부처럼 하얀 깃틀의 황새가 아기를 데려온다는데 “황새야! 덕새야! 아기 데려오느라” 하고 어릴 때 불렸던 노래를 부르면 황새가 아기를 데리고 오려나? 아기 울음소리가 끊긴 골목길은 너무나 쓸쓸하다.(조선일보 4월 19일)

이준관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