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그리운 계산
그리운 계산
컴퓨터, 전자계산기 팍팍한 그런 거 말고 아홉 알, 열 알짜리 주판 하나 갖고 싶다. 차르륵 털고 놓기를, 처음이듯 늘 그렇게
어릴 적 울 아버지 반짝 종이 곱게 싸서 꺼내 놓던 안주머니 아릿한 그 허기까지 또 한 번 털고 놓을까, 헐렁한 이 해거름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숫자판을 앞에 놓고 허방을 짚더라도 다시 털고 놓고 싶다. 세상을 쥐었다 펴듯 그리운 그 계산법으로
- 이승은(~ )
햇볕이 보약처럼 고마운 나날, 하늘빛도 바람맛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무한량의 황금 햇살이 지천으로 넘친다. 그런데 마음의 계산기는 빨간불로 지친다. 빼기만 늘고 계산이 어긋나는지, 무슨 '푸어'로 도처가 시끄럽다. 쉴 새 없이 부추기는 소비사회에 살자니 셈이 자꾸 밑도는 것 같다.
그런 게 주판식 계산을 잃은 탓은 아닐까. 돈을 실제로 만지지 않고 숫자로만 셈하니 통이 점점 커져 그런지도 모른다. 주판을 알뜰히 튕기면 씀씀이도 살뜰해질 텐데…. 어쨌든 이 상황을 차르륵 털고 다시 놓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부터 잘 놓고 싶은 게 많은 시절이다. 허방을 짚더라도 다시 놓기는 그다음이다. 사랑이 특히 그럴지도! (조선일보 10월 16일) 정수자·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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