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조] 휴(休)
휴(休)
선운사 골기와 눈 녹은 물방울이 햇살을 등에 업고 아슬 하게 떨어진다. ‘퐁’ 여여(如如) 물의 종소리, 그 울림이 아릿하다.
홈 밖에 튕겨 나온 금모래 알갱이가 옹당이의 고요에 살폿 발을 디민다 순은 빛 해의 속니가 그늘 쪽에 반짝 뜬다.
몸 가여운 맷새 세넷 포로롱 날아 오가고 시나브로 눈은 녹아 옹당이에 떨어지고 고요 속 물의 종소리, 눈 감아도 환하다.
- 박옥위(1941 ~ )
추위가 누그러지면 눈 녹은 물이 곳곳에서 흐른다. 골골이 내리는 눈석임은 언 땅을 먼저 풀어주는 차갑고 다정한 눈물이다. 그럴 즈음 창호지를 비끼던 눈물은 참 눈부셨다. 눈 녹은 물이 유독 희고 맑게 느껴지는 것은 근처에 쌓여 있는 눈과 햇살의 비춤 때문이다. 그런데 절집 골기와의 눈 녹은 물은 더 투명하고 선명할 것이다. 더욱이 옹당이에 내리는 '물의 종소리'라면 오죽 낭랑하랴. 그 고요에 '순은 빛 해의 속니'가 반짝 빛나면 고요도 더 반짝이겠다. 그렇게 '퐁'을 받아 적고 다시 '여여(如如)'를 붙여 읽는 것은 또 다른 여일(如一)의 만끽일까. '휴~' 하고 쉬라는 '휴(休)'의 전언일까. 아무래도 눈 녹는 어느 기왓골 아래 한나절쯤 좋이 서봐야겠다. 정수자·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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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너는 내일 일을 자랑하지 말라
하루 동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는지 네가 알 수 없음이니라
타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으로는 하지 말며
의인이 너를 칭찬하게 하고 네 입술로는 하지 말지니라.
(잠언 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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