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이른 봄
이른 봄
암탉이 알을 품듯 봄님이 온 세상을 품고 있다. 안개 낀 아침
닭의 체온으로 보송보송한 예쁜 병아리가 깨이고,
봄님의 품 안에서 병아리처럼 고렇게 예쁜 연둣빛 새싹들이 깨일 테지.
조올졸 내리는 비는 새싹의 젖줄.
새싹이 눈을 감고 강아지처럼 젖줄을 빤다.
―최춘해(1932~ )
봄 햇볕이 따사롭다. 노란 산수유 꽃이 피기 시작했고 개나리도 피기 시작했다. 암탉이 알을 품듯 봄님이 온 세상을 품고 있다. 봄님이 품어주어야 할 알들은 참 많다. 개구리 알, 종달새 알, 물고기 알, 밭에 뿌릴 밀알…. 모두 암탉처럼 봄님이 품어주어야 할 것들이다.
닭의 체온으로 병아리 깨이듯 이제 곧 연둣빛 새싹이 돋아날 것이다. 떡잎 같은 날개를 달고 새끼 종달새도 깨어날 것이다. 그것들이 깨어날 때에 맞추어 새싹들의 젖줄인 봄비도 조올졸 내리리라. 우리들의 봄은 늘 이렇게 닭의 체온을 지니고 찾아온다. 봄의 체온은 보송보송 예쁜 병아리처럼 깨어나기에 딱 알맞다. 그래서일까. 봄에 깨어난 것들은 모두 병아리처럼 예쁘고 사랑스러운 빛깔과 소리를 지니고 있다. 이준관·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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