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동시

기린의 목

무너미 2013. 3. 23. 22:26

 

 

 

 

[가슴으로 읽는 동시] 기린의 목

 

기린의 목

 

기린의 긴 목은

높은 가지의 잎을

따 먹기 위해서래.

 

낮은 가지는

작은 짐승들 몫이라

점잖은 기린의 목이

사다리차의 사다리처럼 길어진 거래.

 

언젠가 아프리카에

잎이 모자라면

기린의 목은 또 길어져

바다를 건너올지도 몰라.

 

그러면 신 나겠지.

기린의 목을 타고

아프리카로, 유럽으로

어쩜 달나라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몰라.

 

                  ―박방희 (1946~       )

 

기린의 긴 목은 언제 보아도 놀랍고 신기하다. 동심의 눈에 비친 기린의 목은 더욱 신기했으리라. 낮은 가지의 잎은 작은 짐승들 몫이라 점잖은 기린의 목이 길어진 거라는 생각이 빛난다. 아프리카의 점잖은 신사 기린의 목에 매어줄 넥타이는 어떤 넥타이가 어울릴까.

 

언젠가 아프리카의 잎이 모자라면 기린의 목은 더욱 길어져 바다를 건너올지도 모른다는 상상, 그땐 기린의 목을 타고 달나라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동심의 상상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아이들이 아이들다운 것은 끊임없는 호기심과 상상이다. 비록 비현실적일지라도 아이들의 상상을 무시하지 말자. 언젠가는 그 상상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낼지도 모르기에.

이준관·아동문학가

 

 

'詩, 詩調. 童詩, 漢詩 > 가슴으로 읽는 동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른 봄  (0) 2013.04.19
나무들이  (0) 2013.04.05
늦게 피는 꽃  (0) 2013.03.16
네 잎 클로버 찾기  (0) 2013.03.07
서로 몰라요  (0) 2013.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