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닳지 않는 손
닳지 않는 손
날마다 논밭에서 일하는 아버지, 어머니 손.
무슨 물건이든 쓰면 쓸수록 닳고 작아지는 법인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로 만든 숟가락과 젓가락도 닳고 쇠로 만든 괭이와 호미도 닳는데 일하는 손은 왜 닳지 않을까요?
나무보다 쇠보다 강한 아버지, 어머니 손.
―서정홍(1958~ )
손은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운가. 아플 때 이마를 짚어주던 어머니의 따스한 손,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워주던 아버지의 듬직한 손, 그리고 어려울 때 힘내라고 손을 꼭 잡아주던 친구의 다정한 손, 이처럼 손은 우리를 따스하게 감싸주고 일으켜 세워주고 힘을 준다.
손은 연약해 보이지만 무엇보다도 강하다. 그중에 씨를 뿌리고 거두는 농부의 손은 정말 강하다. 평생을 땅에 엎드려 일하는 손, 감자처럼 울퉁불퉁하고 투박한 손, 그 손이 벼를 키우고 사과나무에 열매를 맺게 하고 땅속에서 감자를 굵어가게 한다. 그런데 날마다 논밭에서 일해도 닳지 않는 손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흙을 가꾸고 일구며 점점 흙 빛깔로 변해 가도 농부의 손은 닳지 않는다. 그 닳지 않는 손으로 곡식들을 자식처럼 소중하게 키우고, 또한 자식들을 곡식처럼 훌륭하게 키워낸다.
이준관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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