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시조

묏버들 가려 꺾어

무너미 2014. 2. 28. 06:27

 

 

 

가슴으로 읽는 시조 묏버들 가려 꺾어

 

묏버들 가려 꺾어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자시는 창 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홍랑(?~?)

                                                              ▲유재일

 

이맘때면 떠오르는 홍랑의 시조. 새록새록 사무치는 명편이다. 하지만 그녀는 생몰 기록도 없는 조선 시대의 여성이자 기생. 정인(情人)이었던 고죽(孤竹) 최경창(1539~1583)을 통해 연대를 짚어볼 뿐이다.

 

고전 시가에서 즐겨 쓴 정표 같은 버들. 홍랑은 그 버들도 골라 꺾어 님의 손에 쥐여 보내겠단다. 급이 높은 이별의 운치다. 게다가 쥐여 보낸 버들을 창 밖에 심어두고 보라니, 밤비에 새잎이 나거든 나인가도 여겨달라니, 어느 사랑이 이리 애틋하랴! 홍랑을 부임지까지 데려가 살림을 차렸다가 파직당한 고죽의 심중을 짐작할 만하다.

 

'시인 홍랑의 묘(詩人洪娘之墓)'는 그런 사랑의 파격이자 격조다. 고죽의 시를 품고 3년 시묘를 한 홍랑의 지극함에 감동한 최씨 문중이 고죽 가까이에 그녀의 묘와 시비(詩碑)를 세워준 것. 그 앞뒤에는 홍랑 시조와 최경창의 한역시가 오롯하니, 시를 아는 문중의 대접도 아름답다. 그런데 고죽 곁의 홍랑은 여인으로 행복할까, 시인으로 더 충만할까? 아무려나 버들을 꺾어 보낼지라도 부디 꽃봄이길!

 

정수자 | 시조시인

오늘의 좋은 글

 

때로 행복했고 때로 쓸쓸했다

인생이 그렇듯 길도 때로 행복했고 때로 쓸쓸했다.

행복했던 시간들이 더 많았는지 아니면 쓸쓸했던 시간이 더 많았는지 계산할 능력이 나에게 아직 없다.

아직 더 살아야 하니까.

그리고 아직 더 많은 길이 남아 있을 테니까.

 

- 조병준의 ''길에서 만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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