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시조

아슬아슬

무너미 2014. 2. 17. 07:17

 

 

 

가슴으로 읽는 시조 아슬아슬

 

아슬아슬

 

아마존강 벌새가 밀어올린 둥지처럼

구례 오산 꼭대기 아슬아슬 사성암

이른 봄 등 떠밀려와 기와불사 훔쳐본다

 

'정리하려 했지만……

그냥 좋아할래요'

발밑 세상을 버린 고승들 수행처에서

건강도 합격기원도 아닌

사랑의 고백이라니!

 

그래, 이 젊은 것들아 간절하면 이루리라

어느 가슴엔들 그런 사랑 없겠느냐

꼬깃한 나의 고백도 불전함에 놓고 간다

 

-문순자(1957~      )

 

                           ▲이철원

 

봄이 일찍 오려는가. 혹한 예고로 더 움츠렸던 겨울이 극심한 추위 없이 꼬리를 내리더니 봄빛이 도처에 스멀거린다. 강원도 폭설은 자연의 위력을 다시 보여줬지만, 봄 기척은 그 무엇도 막을 수가 없다. 봄이 온 세상에 새로운 생명을 터뜨리듯 터져 나오는 사랑도 감출 수가 없다. 아무리 굳게 먹어도 마음대로 '정리'할 수도 없다.

 

여북하면 '발밑 세상을 버린 고승들 수행처에서'까지 사랑 고백을 써놓겠는가. 그것도 정리하려다 '그냥 좋아할래요'라고! 그 사랑을 엿본 중년 여자는 다만 '꼬깃한 나의 고백'이나 불전함에 얹을 뿐. 하지만 그 또한 사랑이니 봄은 얼마나 많은 고백을 먹고 피는 걸까. 꽃들도 그런 고백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굴리다, 간만에 시를 써야겠다고 깊숙이 앉아본다.

 

정수자 | 시조시인

 

 

 

'詩, 詩調. 童詩, 漢詩 > 가슴으로 읽는 시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묏버들 가려 꺾어  (0) 2014.02.28
발자국  (0) 2014.02.21
비는 마음 -'현대시조' 창간에 부쳐  (0) 2014.02.12
  (0) 2014.02.07
윷놀이  (0) 2014.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