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제기풀
제기풀
고향길 길섶에 넘치어 핀 제기풀.
네 풀내가 좋아 넉넉한 잎사귀가 좋아
한 다발 엮어 양발로 차다가
톡 차올려 입에 물어도 보고 머리에 얹어도 보고
가슴에 꼭 품어도 보고.
-윤삼현(1953~ ) ▲김현지
이 동시에 나오는 제기풀은 질경이를 말한다. 질경이는 길에서 자라는 풀인데 매우 질겨서 발로 밟혀도 잘 견딘다. 예전에 아이들은 이런 질경이로 풀제기를 만들어 차며 놀았다. 때로는 질경이 꽃대를 꺾어 서로 걸어 당기며 풀싸움을 하기도 했다. 장난감이나 놀잇감이 많지 않던 시절에 자연의 모든 것은 놀잇감이었다. 나무 막대기로 자치기를 하고, 돌멩이로 비사치기, 공기놀이를 하며 놀았다. 제기가 없던 시절에 질경이를 제기처럼 발로 차고 놀았다.
길섶에 피어난 제기풀이 좋아 발로 차올려 입에 물어도 보고 가슴에 품어도 보던 아이들의 몸에서는 푸릇한 풀 냄새가 났다. 온종일 봄 들녘을 쏘다니던 아이들은 온몸에 푸른 풀물이 들었다. 어디 풀물뿐이랴. 진달래 피면 꽃물이 들고, 쑥이 돋아나면 쑥물이 들어 풀밭을 뒹굴며 놀았다. 제기풀을 차고 놀던 아이들, 푸른 풀물이 들어 풀 냄새 풀풀 나던 아이들, 그 아이들은 길섶에 핀 질경이처럼 질기고 튼튼한 봄의 아이들이었다.
이준관 |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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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을 백만장자처럼!
재능이 있거든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사용하라 쌓아두지 마라
구두쇠처럼 아껴쓰지 마라
파산하려는 백만장자처럼 아낌없이 써라!
- 브렌단 프랜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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