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한시

한양에 와보니

무너미 2014. 5. 16. 06:43

 

 

가슴으로 읽는 한시 寓感(우감)   한양에 와보니

 

寓感(우감)    한양에 와보니

 

匹馬長安百感新(필마장안백감신)    필마 타고 찾아온 한양! 만감이 교차하누나.

伊來世事海生塵(이래세사해생진)    그 사이에 세상사는 상전벽해 되었어라.

 

天寒客子投何處(천한객자투하처)    이 추운 날 나그네는 어느 집에 투숙하나?

甲第皆非舊主人(갑제개비구주인)    대갓집들 하나같이 주인이 바뀌었네.

 

황염조(黃念祖)

                                                                   ▲유재일

 

평양의 저명한 시인 황염조(黃念祖)가 오랜만에 한양을 들렀다. 정조가 새 국왕으로 등극한 다음해 한겨울이다. 평소 고관들에게 환대를 받던 터라 그들을 찾아갔다. 하지만 그들은 완전히 몰락하고 집은 새 주인이 차지하고 있었다. 되돌아오려니 가슴속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옛 친구에 대한 연민의 감정 때문만은 아니다. 정국이 교체되면 으레 정치인들의 살육전이 벌어져 피비린내를 풍겼다. 우리 같은 지방 사람들은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싸움의 구경꾼일 뿐 누가 정권을 차지하여 대갓집 주인이 되던 상관이 없다. 쓸쓸히 고향으로 되돌아가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 시가 저들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감히 고관을 비꼬았다고 하여 그는 평양에서 맞아 죽었다. 불손하게도 정의와 진실을 살짝 드러낸 호된 대가였다.

 

안대회 |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출처] 프리미엄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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