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한시

푸른 소나무 울타리

무너미 2014. 5. 9. 14:07

 

 

 

가슴으로 읽는 한시 靑松障  푸른 소나무 울타리

 

靑松障 푸른 소나무 울타리

 

翠黛連窓窈作林(취대연창요작림짙푸름이 창 앞까지 이어져 그윽한 솔숲을 이루네.

小風吹雨一庭陰(소풍취우일정음산들바람 불어오면 빗소리를 내며 뜰에 온통 시원함을 뿌리네.

不忘升騰向上心(불망승등향상심문 앞에서 구불구불 울타리로 굽히고 있어도

                                                 솟구쳐 하늘로 오르려는 희망 잊은 적 없네.

闤闠敎遮煙色遠(환궤교차연색원도심 쪽을 가로막아 뽀얀 연기를 멀리 몰아내지만

枝柯偸豁月光侵(지가투활월광침가지 사이는 툭 트여서 달빛이 쏟아져 들어오네.

幽禽認是屛間畵(유금인시병간화호젓한 새는 병풍 속 그림으로 알련마는

怪底時時送好音(괴저시시송호음이상도 해라. 고운 노래 때때로 들려주네.

 

채제공(蔡濟恭·1720~1799)

          ▲이철원

 

정조 때의 명재상 채제공(蔡濟恭·1720~1799)이 혼인한 직후 지었다. 서울역 뒤 처가에 머물 때였다. 그 집에는 노송을 구부려 만든 생울타리, 곧 취병(翠屛)이 있었다. 울타리는 작은 솔숲을 이뤄 바람이 조금 불어도 쏴 소리를 내며 온 집 안에 시원함을 선사한다. 도성 안의 붉은 먼지를 막을 만큼 빽빽하지만 가지 틈은 넓어 달빛이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그 멋진 풍경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소나무를 비틀고 구부려 만들어서다. 그래도 굽은 저 소나무는 하늘로 솟구쳐 쭉쭉 뻗으려는 본성을 결코 잊지 않았다. 지금은 몸을 굽히고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하늘을 향해 솟구치리라. 나 아직 젊으니 그것을 기억해라!

 

안대회 |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오늘의 좋은 글

 

인연

"인연이란 그런 것이다. 억지로는 안 되어.

아무리 애가 타도 앞당겨 끄집어 올 수 없고,

아무리 서둘러서 다른 데로 가려 해도 달아날 수 없고.

지금 너한테로 도 누가 먼 길을 오고 있을 것이다.

와서는 다리 아프다고 주저 앉겄지. 물 한 모금 달라고."

- 최명희의 ''혼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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