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시 냉이꽃 냉이꽃 어머니가 매던 김밭의 어머니가 흘린 땀이 자라서 꽃이 된 것아 너는 사상을 모른다 어머니가 사상가의 아내가 되어서 잠 못 드는 평생인 것을 모른다 초가집이 섰던 자리에는 내 유년에 날아오던 돌멩이만 남고 황막하구나 울음으로도 다 채우지 못하는 내가 자란 마을에 피어난 너 여리운 풀은 ―이근배(1940~ ) ▲김현지 냉이꽃은 들과 밭에 지천으로 핀다. 아무리 척박한 땅에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운다. 생명력은 찬탄할 만큼 억세고 질기다. 흰 머릿수건을 두른 듯한, 순정한 그 꽃을 가만히 본 적이 있는가. 이 시는 잡풀을 뽑느라 흘린 어머니의 땀이 자라서 냉이꽃이 되었다고 말한다. 냉이꽃에 어머니의 인생을 겹쳐 놓았다. 어머니는 어떤 분이었나. 춘풍추우(春風秋雨)의 그 많은 세월에 굴곡이 많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셨다. 노심초사하셨다. 세상으로부터 싸늘한 시선의 돌을 맞으며 사셨다. 그때 어머니의 심경은 겨울처럼 사막처럼 얼마나 황막(荒漠)했을까. 속울음을 얼마나 삼키셨을까. 그러나 매섭고 독한 세월을 다 이겨내고 어머니는 이토록 환하게 꽃으로 피어나셨다. 우리의 들녘에는 이러한 어머니가, 백민(白民)이 참으로 많다. 문태준 | 시인 [출처] 프리미엄조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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