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詩調. 童詩, 漢詩/가슴으로 읽는 시조

立冬 부근

무너미 2014. 11. 7. 21:22

 

  

가슴으로 읽는 시조 立冬 부근

 

        ▲일러스트:이철원

 

 立冬 부근

 

광평 소머리국밥집 맑은 햇살 따스하다

때 이른 점심을 먹다 창밖을 본다

빈 뜨락 내리는 참새 부리짓이 바쁘다

주섬주섬 옷 챙겨 자리를 일어나면

먹었던 뜨건 국물 땀으로 솟는 한 끼

또 한 해 건너는 길목 모두 바쁜 초겨울

 

강인순(1954~ )

 

 

어느새 입동(7)이다. 겨울 입구에 섰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겨울은 우선 추워진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겨울 양식으로 부른 김장이며 방한용 외투에 땔감 등 여느 계절의 몇 배 준비도 우리를 긴장시킨다. 땔감이 연탄으로 기름으로 도시가스로 바뀌며 난방비 걱정이 앞서는 것만 달라졌을 뿐 이런저런 겨울나기 준비가 여전히 큰 것이다.

 

그런 입동에 먹는 '광평 소머리국밥'은 참 따끈한 별미겠다. '빈 뜨락'의 참새 부리짓이 바빠 보이는 것도 입동이기 때문. 그래도 '뜨건 국물 땀으로 솟는' 후끈한 한 끼 국밥이 겨울로 가는 길목에 힘을 실어주리라. 국밥 하면 얼마 전의 짧은 유서 '국밥이나 한 그릇 하시죠'가 먹먹하게 얹힌다. 국밥값과 장례비를 남기고 떠난 독거의 마지막 예의가 오래 밟힐 것 같다. 입동이니, 오늘은 등 시린 사람과 꼭 국밥 한 그릇 해야겠다.

 

정수자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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